만화에 인생을 몰빵한 이정의 생일에 신상 태블릿으로 인생의 아름다움을 선물해주세요

" 하나의 장르에 인생을 몰빵하면 어떻게 될까? "
어느 하나에 눈 돌리지 않고 살아가겠노라고 나의 형제들에게 다짐하곤 하였습니다.
스무살 스산한 바람이 지나고 하늘에는 차가운 편린이 내릴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주제에 작은 태블릿을 샀습니다.
아무렴 주제를 몰랐어도 만화가 너무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전 재산 털어 5만 원짜리 타블렛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샀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긴 여운을 뒤로하고 나는 바로
내 생각을 옮겨그리기에 바빴습니다. 그림체가 볼품없고 스토리가 재미없고
구도는 캐릭터의 반신만 나온 것이 제가 할 줄 아는 전부었습니다.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설령 만화가 재밌다 한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 누가
이 볼품없는 만화의 스크롤을 내려줄까 하여 종일 만화 생각만 했습니다.

술버릇이 만화를 그리는 것이었고, 하루종일 만화 생각을 하고 만화를 보며 배우고
명작의 연출을 감상하고 느끼고 다른 것들을 보더라도 오로지 만화에 연관 지었습니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중에서도 정말 있는 힘껏 사랑했던 사람은
가벼이 먼지를 훌훌 털고 떠나갈 수 있습니다.
죽을만큼 해보고 . 떠날 때 뒤돌아보지 않고 싶어서
당장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계속 그리고 그린 지가 이제 수년이 지났는데도,

그런데도 저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뒤 돌아보지 않을 정도로 , 다시는 미련을 갖지 못할 정도로
나는 계속해서 만화를 그릴 겁니다. 설령 신이 나에게 재능을 주지 않았더라도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계속 이 아득한 초원을 달릴 겁니다.

하지만 잠깐. 집에 신상 태블릿이 있다면 제 영원을 훨씬 가까운 곳에 둘 수 있습니다.
아주 약간의 비용만이 들 뿐 하릴없이 저를 응원해주신다는 당신의 말 한마디가
영원히 제 가슴의 굴레를 움직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제 영원에다가 당신의 이름을 고이 적어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제 신상 태블릿에 당신의 이름을 축복스럽게 새겨 죽을 때까지 간직할 것입니다.

자. 이제 당신은 나와 함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