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가 받고 싶은 유일한 생일선물!

정신없이 생일을 맞이했다. 작년에는 일주일 정도 전에 프레제뉴 글을 올렸던 것 같은데, 올해는 하루 전까지 망설였다. 요란스러운 방식으로 생일축하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의 마음과 받은 축하에 다 보답하지 못하는 내 부족한 성정에 대한 부채감도 한 몫 했으리라. 그래서 생일선물을 아예 받지 말고 10월 23일 하루 잠수탈까 고민도 했다. 사실 생일 뿐만 아니라, 작년 말부터 나는 종종 세상과 단절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 충동은 사라지지 않고 은은히 가라앉아있다가 갑자기 치솟는 방식으로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내 삶은, 꽤나 많은 사람들과 단절되어 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2024년 10월 23일. 지난하고도 어수선했던 내 나날들. 생일을 맞아 많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고양이 단체 후원 글을 올렸을 때 선뜻 큰 금액을 기부해준 대학교 후배, 공방하던 시절 와 준 많은 친구들, 오랜만에 연락해도 반갑게 맞아줬던 친구들, 그리고 작년에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겐 요란스러운 방식으로) 생일선물을 받았을 때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 준 친구들. 우리는 모두 다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투명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연결은 무엇보다 견고했다. 그 끈을 나는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태어난 날을 맞아 삶의 흔적을 톺아보고 나서 비로소 깨달았다. 나를 지지하는 수많은 연대들. 그에 보답하는 방법은 오직 내가 더 길게 살아가는 일밖에 없었다. 하루라도 더 숨을 이어붙여 사람들이 내게 준 사랑을 전하는 것. 내게 흘러들어온 사랑을 더 넓은 곳으로 보내는 것. 마치 내 임무처럼.

올해도, 여러분이 내게 보내준 축하는 수수료를 제외한 전액 컴패션에 기부할 예정이다.

고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물을 필요 없이 내게 고마운 사람이다. 나는 당신의 숨을 빌려 올해도 살았다.